필사마의 팩트체크 - 대망의 꿈, 필리핀카지노 직장?

필사마의 팩트체크 - 대망의 꿈, 카지노 직장?





얼마전 대뜸 카톡으로 연락와 일을 좀 시켜달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월급이고 뭐고 따지지도 않고 그냥 일만 배우게 해달라고 통 사정을 하더군요.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카톡으로 보내더군요.

제가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도 내지 않았는데 좀 황당하더라구요.
아마도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타고 들어왔나 봅니다.

요즘 한국에 젊은사람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과 뭔가 달라야 직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런면에서 볼때 용기를 가지고 먼저 연락을 준 것에 대해서는 그 패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할 자리가 없어서 채용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저의 예전 기억들이 물밀듯이 몰려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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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전, 저는 잘나가던 사업이 어느날 쫄딱 망하고, 게다가 원치 않는 송사까지 휘말려 인생의 벼랑끝에 있었습니다.
노니 장독 깬다고 숨좀 돌리고 부식비라도 벌려고 변변찮은 직장 다니고 있었는데, 친척따라 필리핀에 넘어갔던 친구녀석이 연락와서 필리핀 ㅋㅈㄴ에서 일해보는 것은 어떻겠나고 추천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달에 US 1만불은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그자리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

당시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었는데, 제가 공격적으로 해외영업을 맡으면서 첫 판로가 트이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런까닭에, 저를 엄청 아끼시던 사장님이 왜 그러냐며 도대체 자기가 월급을 얼마나 올려주면 되겠냐고 하며 물으시길래, "거기가면 1만불 준다던데요?"했더니, 정말 아쉽다는 듯 그건 힘들겠다고.. 혹시나 다시 돌아오면 언제든지 연락달라는 말씀을 뒤로 하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필리핀 올때 마일리지로 구입한 인천-마닐라행 편도행 티켓만 딸랑 하나, 더 이상은 준비하지 않았죠.
(당시는 항공사에 각서만 쓰면 마닐라 편도행이 가능했었습니다)

도착해보니 마닐라의 ㅋㅈㄴ는 휘황찬란했었습니다. 시설이? 아니요 경기가 엄청 호황기였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경기와 주식도 호황에 벤쳐기업까지 급성장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ㅋㅈㄴVIP 객장은 손님들로 바글하글했고 여기저기서 함성과 탄식이 끝없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당당하게 왔건만....그 당시에 한국직원이 넘치고 있던 상황이라 제가 일할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죠..ㅠㅠ

(그럼 도대체 왜불렀니??)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친구집에 잠시 기거하면서 일이 없어도 계속 출근해 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과 조금씩 친해지면서 술도 한잔하게 되었죠.

좀 친분이 생겼을 무렵, 술마시면서 일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버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팀장급이 자기가 솔직히 팁하고 월급(그냥 명목상 7만페소?)하고 다 합치면 7백만원 정도 번다고 하더군요.
(팁은 서로 모으기도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뒤로 감는 것을 합치면 그 보다 훨씬 더 되겠죠? 거기서 알게된 동생은 공항ㅋㅈㄴ에서만 단독으로 일해서 몇년간 수억을 모았다고 하더군요)

제 친구의 친척과 관련된 팀은 한국인직원만 10명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필리핀직원 직원수까지 합하면 40명정도는 되었을 겁니다. 손님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어닥치는 통에 몇일째 직원들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근무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손님별로 전담직원이 정해져 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손님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옆에서 케어 잘 해주고 사대맞는 직원이 좋지 새로운 사람은 민감한 도박판에서 아무래도 살짝 꺼리게 마련이죠. 당시, 도박판에 여자가 끼면 재수가 없다고 하던 시절이었습니다..ㅎㅎ

이때는 경제도 호황이라 크게 번 돈으로 겸사겸사 즐기면서 이를 뻥튀기 하려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버는 돈도 만만치 않아서 베팅은 시원시원하게 나갔죠.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한국의 돈은 다시 쌓일테니 말입니다.

손님이 많고 직원들도 돈을 잘버니 고된 일이 끝나고 손님이 돌아가면, 번 돈은 시원시원하게 유흥으로 지출하더군요.
쉽게 잘 벌기때문에 게임하는 직원들도 대부분이었고, 게임하다 잃어도 힘들지 않은 시절이었죠.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이런 호황된 시기는 저와 지지리도 인연이 없었습니다.
여행사 한직에서 떨어진 이삭만 줍고 있었죠. 그래도, 결국 이삭 주우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중간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중간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위치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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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지금, ㅋㅈㄴ 환경을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한국의 경제 호황기는 언제인지도 기억못할만큼 지나쳐서 예전처럼 흥청망청 쓰는 사람을 찾기가 힘듭니다.

겜블도 자신이 정한 예산내에서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물론, 뚜껑이 열리면 열벳해서 큰 돈 날리시는 분들도 있으나 예전처럼 "쓰면 다시 스스로 채워지는 물독"은 이제는 없습니다.

이에 따라, ㅋㅈㄴ에 직장을 두고 있는 직원들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VIP객장 기준으로 보통 7~8만페소(환율21기준, 150~170만원)가 일반적입니다.

물론, 월급수준은 십수년전과 비슷합니다(사실 이것도 문제죠. 아직 그대로니..). 그런데, 팁이 거의 없습니다.
예전처럼 여윳돈으로 게임하시는 분들이 없어서 그런지 베팅도 잘고 팁도 굉장히 짭니다.

문제는 필리핀에 살면 한국과 비교해서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집을 임대하는 렌트비와 비자연장비인데요.

두가지를 회사에서 지출해 주면 좋으나 만일 그렇지 않은 경우, 렌트비-2만페소 전후, 비자연장비 - 월4천페소 전후가 지출되니 이 둘만으로 50만원은 훌쩍 나갑니다. 전기세(에어컨을 쓰는 경우 비쌈)와 같은 공과금과 부식비, 교통비는 별도이구요.

부식비의 경우, 필리핀 식단으로 하면 싸게 들지만 건강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야채가 부족한 식단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인처럼 먹으려면 비용은 한국과 비슷하게 들어갑니다.
따라서, 저축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월급은 둘째치더라도 관리직의 경우 3교대로 돌아가므로 바뀌는 수면시간에 몸이 상당히 힘듭니다.
에이전트 밑의 직원의 경우라도, 밤낮이 바뀌는 생활이 되므로 몸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직장에서 일하는 월급쟁이라면 그래도 현상유지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참고 이겨내어 ㅋㅈㄴ에서 자영업을 하면 어떨까요?
할만은 합니다. 손님이 있다면 말이죠.

그런데, 손님들도 예전같지가 않답니다. ㅋㅈㄴ의 시스템을 어렴풋이 꿰뚫고 있습니다.
요목조목 따지는 것도 많고 요구하는 것도 많고 많습니다.
거기다 손님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서, 에이전트끼리는 경쟁이 붙어서 더욱 더 나은 혜택이 있다면서 제살 깍아먹는 경쟁을 합니다. 그래서, 손님 왔다가도 남는게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에이전트과 손님이 같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빈자리를 채워줄 차세대 손님이(20~30대)은 십년전부터 한국에서 돈없고 직장이 없어서 빈곤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 들어올 물이 없습니다. 앞으로 사업이 영속할수 있는 밝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위의 문제는 문제도 아닙니다. 다른것이 더 큰 문제이죠.
겜블업계 종사자의 도박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 경험으로 ㅋㅈㄴ 종사자 100명중 95명은 게임을 하게 됩니다. 아마, 99%까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리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네.. 전혀 할줄도 모르네.. 별별 호언장담이 많습니다만.. 결국 열에 아홉이상은 하게 됩니다.
아니.. 99.9% 다 하게 된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여행으로 방문한 손님이 게임을 하는 것과 종사자가 게임을 하는 것은 그 의미가 많이 틀립니다.

여행와서 게임을 하면, 어느 수준이상을 넘어가기가 힘듭니다.
예산내에서 하기도 하고 예산을 넘어서하기도 하지만 현금 유동자산내(부채포함)에서 대충 마무리가 됩니다.
시간을 낼 수 있는 일정의 한계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구요.

그러나, 종사자는 틀립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원하는 만큼 따지 않는 한, 중단하기가 힘듭니다. 어차피 시간이 남아서 게임하는 건데요...ㅎㅎ
하지만, 행여나 잃기 시작하면 게임을 중단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 지는데요.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전재산이 바닥날 때까지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왜냐, 손님와서 이삭떨어진 것 줍는 것보다 자신의 베팅 1번이 더욱 더 크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베팅 1번 먹으면 손님 몇명이 오는 것보다 더 나을 지 모릅니다.
(옆에서 게임을 많이 봐서 베팅도 시원시원합니다)



심지어, 주변의 동료에게 빌린다던지 손님이 맡긴돈까지 다 날려버리기도 하는데요.
정말 열정적으로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일을 그만둔다던지 없어지는 경우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재밌는 것은 손님이 많이 오면 게임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크던 작던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따박따박 그냥 모으면 되겠죠.

문제는 손님이 없을 때 발생합니다.
지출은 발생하는데 수익이 없으니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고, 밥값/술값정도 따려고 시작했던 게임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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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전쯤의 일화가 있습니다.

제 지인이 "이 친구가 영어와 따갈로그도 잘 모르니 여행사 일 좀 시켜봐달라" 해서 일을 가르친 사람이 있었는데, 나이는 저와 동갑이면서 처도 있고 상당히 책임감이 강한 분이였습니다. 얼굴을 보면 정말 착해보이고 한달간 일을 같이 해보니 너무너무 성실하고 믿음직 했었습니다.



한 달 후, 지인이 고맙다며 그 분을 다시 ㅋㅈㄴ로 데려갔습니다. 그때, 제가 그분께 딱 한가지만 당부를 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거기에 일하는 이상 "게임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라고요.

그러니, 그 분이 아무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이야기 하길 "전 게임 안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ㅎㅎ"하고 답했죠.

일년쯤 지났을까, 그 분 소식이 들렸는데 어느분과 함께 환전을 하면서 돈을 맡았는데 그 돈 모두를 게임해서 다 날렸다고 하더군요.
그 뒤에 어느정도 수습이 되어서 다시 일한다고 해서 찾아가봤더니 그 분 얼굴이 많이 상했더군요.

그 뒤로 몇 개월이 지났을까? 또 사고가 터져서 일 모두 접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인생 업다운이 가장 큰 곳이 바로 이곳이죠. 일하러 간 사람이 빚을 얻어 오는 곳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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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 경험상 이러한 스토리는 어마무시하게 많습니다. 책 한권은 넉히 쓸만하죠.
제가 이 글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렇습니다.

- 여기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일하러 오시는 것도 괜찮으나 예전처럼 대박은 없습니다.

- 자기관리가 정말로 중요한 곳입니다. 잠시만 한 눈 팔다가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곳입니다.

- 겜블은 그냥 취미로 즐기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직업이 되면 매일매일 외줄타기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재밌는게 저도 겜블을 좋아합니다. (하긴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없죠?)
다만, 간이 크지 않아서 아직 잘 버티고 있는 듯 합니다. 참, 저도 하나의 원칙이 있기는 합니다.

"나와바리에서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ㅎㅎ

그래서, 다른 지역 놀러갔을때는 조금씩 합니다.

혹시, ㅋㅈㄴ직장에 큰 꿈을 두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그 결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을 다 극복하신다면 성공하실 수 있을겁니다. 다만, 십수년전 그렇게 잘 나가던 분들이 다들 어디 가셨는지 제 주변엔 이제 거의 없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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